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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환여횟집


 

십 년이라고 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관용구인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에 만만치 않게 타이젬에서도 유명한 관용구가 하나 있다.


바둑은 타이젬 횟집은?


그렇다. 환여횟집이다. T-퀴즈가 막 나왔을 때, 문제로 "바둑은 타이젬 횟집은?"이라는 문제에 보기가 여러 횟집 이름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필자는 정답을 환여횟집이라 했지만, 정답은 환여횟집이 아니었다. 남은 정답자 수는 너댓명에서 근 5분을 이끌며 극악의 정답률을 자랑했다. 그만큼 환여횟집이 타이젬 회원들의 머리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본 예로 알 수 있다.


어찌됐건 저찌됐건, 02년도부터 타이젬을 즐긴 바, 나름 쫌 된 유저라고 사칭하고 다니는 필자에게 환여횟집은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일종의 이상향과도 같았다. 과장된 상상이긴 하지만, 회가 상만한 접시에 산처럼 얹혀 있고, 술이 가득하여 부족함이 없고,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놀기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보다 좋은 데가 어딨으랴"하는 생각으로 대화창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 기자와 운영자XX, 운영자YY에게 연락이 왔다.
경주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자는 얘기였다. 필자는 별 생각 없이 그러겠다 대답하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금요일 밤 그네와 합류하여 경주로 내려갔다.

겨울의 경주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수학여행철도 아니고, 새터철도 아니고 하여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틀려버리고 말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석굴암에 올랐다. 눈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라 아침의 산공기는 평소 때보다 많이 차가웠다. 석굴암 아래서 약수를 마시고 한숨 돌린 뒤, 아래를 내려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숨을 고르고 계단을 올라 석굴암 석불 앞에 서니 들떴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석굴암 석불이 자신의 평온함을 나눠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석굴암을 뒤로 하고, 불국사로 발을 돌렸다. 불국사는 고교시절 와본 후로 와본 적이 없으니, 십 년만에 다시 온 것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불국사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그대로였다. 나만 세월을 지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 보다 보니, 주춧돌만 남은 곳이 있었다. 예전엔 못봤던 것 같았는데, 지금에 와서 있는 걸 보니, 그 때엔 아무래도 노는 데 더 정신이 팔렸던 듯 하다. 그리고 그 아래엔 지난 황금돼지해 때 만든 듯 한, 황금돼지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황금돼지상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복을 비는 것은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도 이에 질세라 올 한 해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일 전체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황금돼지상에 손을 얹고 복을 빌었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구경하고 첨성대를 보러 가는 길에 찰보리빵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왔을 때엔 황남빵이라는 게 유명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황남빵이란 간판보다는 찰보리빵 간판이 더 눈에 띄었다. 먹어본 적이 없으니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그저 입맛만 다시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포항에 들렀다가 올라가자는 말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다들 환여횟집을 가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내심 다들 바랐던 모양이었다.

 

환여횟집에 들어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물회국수를 주문했다. 물회국수의 맛은 새콤하고 달콤하며 가슴 속 쌓였던 것들이 다 씻겨 내려갈 듯 시원했다. 그 외의 다른 맛은 참 오묘해서 필자의 짧은 어휘로는 설명할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물회국수를 다 먹고나서, 한창 먹을 나이라 뭔가 좀 허전해 물회를 하나 추가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물회에 국수사리에 매운탕까지! 그렇다. 우리는 그제서야 안 것이다.
겨울엔 물회를, 여름엔 물회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진리를!

 

그래서 처음 주문 받으실 때, 물회국수보다 물회를 먹으라고 했던 것이었다. 물회의 존재를 모른채 물회국수만 알고 갔으니, 낭패를 제대로 봤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는 사실 타이젬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걸 숨기고 들어가서 먹었다. 사진으로 본 푸짐한 양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기사에 올라가니까 저렇게 많이 준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 번 예상의 어긋남과 마주쳐야 했다.

 

맛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두말할 필요가 없었고, 양도 사진 그대로였다. 게다가 부족할까봐 추가 사리까지 주니 정말 양껏 먹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마냥 행복했다. 입안에 남아있는 물회국수의 잔향이 자꾸만 환여횟집으로 발을 돌리게 만들었다. 1박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필자는 더욱 "바둑은 타이젬, 횟집은 환여횟집"이라는 관용어구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다음엔 좀 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마음이 가슴에 남는다.

 

과연, 명불허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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