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뉴스
기보감상
이주의 명승부
바둑달력
바둑명국선

입문
정석
사활
포석
행마
바둑상식

열혈바둑

일지재성 씨알의소리

집시의노래 19로바둑

기보게시판
기력향상게시판

 
Home > 소설> 집시의노래 19로 바둑소설

 
집시의노래 19로 바둑소설
지방바둑문화 활성화를 위해 발로 뛰는 '집시의노래'님이 풀어가는 얘기들
19로 바둑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19로의 유목민(19화) - 사랑은 통증이다

간호사 혜경과 예기치 않은 사랑에 빠진 날부터 수명의 고성 생활은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짝사랑했던 음악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상경했을 때부터 푸른 방황은 시작된 것이지만 그래도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바둑 한 가지 쯤은 마스터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마저 날아가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혜경과의 사랑이 달콤하게 무르익어간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지요.

음악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음악 공부를 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 무렵 고성 지역에도 음악다방이 몇 개 있었는데 혜경이 퇴근하면 함께 다방에 들러 신청곡을 듣곤 했습니다.

그녀는 수명이 선곡해 준 음악들에 푹 빠지곤 했지요.

 

장발의 디스크자키도 그의 선곡에 늘 감탄하곤 했습니다.

남쪽 해안지방의 소읍에서 수명이처럼 수준 높은 곡들을 신청하는 사람은 드물었을 겁니다.

그래서 디스크자키도 수명이 들어오면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음악다방에서 환영받는 마니아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혜경에게는 긍지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통금이 가까워지면 혜경의 마을까지 팔짱을 끼고 걸었습니다.

물론 그 어둠의 신작로에서 수 백 번 수 천 번의 입맞춤을 나눴지요.

그때는 밤하늘의 별만 가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을까지 도착하면 다시 그녀가 읍내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통금에 걸리고 연인은 어쩔 수 없이 변두리 여인숙으로 들어가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 사랑을 수명은 홍역과도 같은 통증으로 기억합니다.

 

류혜경-

그녀, 밉지 않았습니다.

남해안 고성읍에 사는 처녀라 해도 촌스럽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부농의 집안 출신인데다가 간호사라는 괜찮은 직업을 지녔으며 풍만한 몸과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라 평생의 반려자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또 깊은 육체적 관계까지 맺다보니 운명적으로도 얽혀있는 여자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 깊숙히 들어갈수록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이 엄습했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면 할수록 누군가를 내 안으로 당겨오면 올수록 그 당겨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나고 싶어지는 본능적 두려움이 생겨납니다.

 

그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는 알지 못 했습니다.

 

단 하루만 그녀와 함께 하지 못 해도 뭔가 허전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면 또 다른 불안감이 스멀스멀 척추를 타고 올라 왔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 봐. 난 바둑 두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루 싫거든."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어색한 표정으로 함께 천장을 바라볼 때 그녀는 버릇처럼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내밀한 성역을 통해 농축된 영혼을 나눠 준 여인이 허튼 소리를 할 리는 만무했습니다.

 

"나도 싫어. 곧 떠날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곧'이라는 시점이 언제인지 자신있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곧 떠난다......

언제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고성을 오가면서 그의 나이는 만으로 스물을 넘었습니다.

연락을 해보지 않았지만 부산의 집에 입대영장이 날아와 있을 지도 몰랐습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면 푸른 제복의 군대 밖에 따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간다면 36개월은 꼼짝없이 거기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 세월의 공백을 수명은 혜경에게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기다려달라고 형식적으로 말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어두운 신작로의 입맞춤으로 잉태된 이 사랑에 그 기나긴 공백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 역시 훗날의 계획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사랑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연인들은 상의한 적 없었지요.

 

그런 불안감을 씻고 싶었는지 몰라도 만나면 연인은 미친듯이 서로를 탐닉했습니다.

학창시절 유도를 배웠던 수명의 단단한 몸과 보기 드문 글래머 혜경의 몸은 아주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그녀의 발칙한 유혹에 그는 일직선으로 뛰쳐들어갔고 그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그녀는 깔끔한 커트로 받아넘기며 일진일퇴 클라이맥스로 동행했습니다.

 

수명의 외출, 외박이 거듭되자 바둑연구실의 선배들이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그 중, 수명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오성록 선배가 여지없이 태클을 걸어왔지요.

 

"바둑 배울 생각 없으면 고성을 떠라. 여긴 할 일 없는 뜨내기들이 밥 축낼 공간이 아니니까."

 

당연히 언젠가는 얻어들을 핀잔이었죠.

그러나 막상 바둑연구실에서 좋아하는 선배로부터 직접 들으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에 수명은 짐을 꾸리려 했습니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 연구실에서 밥을 축내느니 혜경과 밤을 보냈던 여인숙에 월세방을 얻어 지낼까도 싶었습니다.

 

"그건 너무 옹색해보이지 않아? 부산으로 가는 게 어때?"

"혜경이는?"

"서로 자주 오가면 되지 않을까?"

"하루라도 안 보면 미쳐버릴 텐데?"

"나도 그래. 하지만 바둑연구실에 이대로 머무는 건 옳지 않아."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수명은 부산 행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이라도 고성에서 바둑을 제대로 공부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인연을 연기처럼 날려버리기 아까워서였지요.

 

 

 

 

다음글이 없습니다.

번호 제 목 날짜 조회
9886 19로의 유목민(18화) -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5] 2008-01-21 6660
HomeTop
 

 
회원가입아이디·비밀번호 찾기

빅더블패키지
1000만 PT
10,000원
골드더블패키지
500만 PT
10,000원
1천5백만
10,000원
1천5백만
10,000원